더 웨일 / The Whale
2022 / Darren Aronofsky / IMDb
★ 3.4
초6, 중1 시절 인천CGV까지 멀리 지하철을 타고 나가 보고온 영화가 기억났다. 미이라2와 이도공간이었는데 미이라2는 영화보다 영화관 방문이 목적이었고, 이도공간은 영화관보다 영화를 보겠다는 일념이 방문의 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거나 두 편 모두 보고난 뒤 마음을 쿵쾅거리며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미이라 시리즈의 주역이었던 브랜든 프레이저가 재기해 주연을 맡은 영화가 바로 이 <더 웨일>이다.
몇 개의 장면을 빼고선 카메라는 절대 찰리의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따금씩 비춰지는 문 밖의 날씨와 자막으로 쓰여진 요일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줄 뿐이다. 물론 내내 흐리고 비가 내리다 마지막에 가서야 해가 쨍해지기에 날씨만으로 시간의 흐름을 파악했다 하기엔 어렵겠지만.
많은 것들이 모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좀 성기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즈의 헌신과 메리의 excuse는 가감없이 믿어지기만 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 엘리와 토마스라는 배역의 존재의 이유를 파악해야만 이 영화를 제대로 느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어렵다. 누군가는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 한다. 누군가는 용서와 책임에 대한 이야기라 한다. 그 어느 평에도 마음을 내지 못했던 것은 너무나도 인간스러운 주인공들의 행동과 판단에 나 스스로도 환멸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가 행한 잘못을, 단 한번 저질렀다는 사실이 주워담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기에 평생을 용서하지 않아도 될 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전달받고 마음의 빗장을 풀어야 할 지. 사과는 받되 용서하지 않는 쪽을 택하고 싶은데.
아름답기만한 것 같은 세상 바로 뒷면은 예상 외로 무척 시꺼먼 그을음으로 가득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