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 Broker

Broker / 2022 / Hirokazu Koreeda / IMDb
★ 3.4

감독과 배우들의 전작에 비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매력이 분명 있다. 좋았던 점들.

  1. 영화 초반의 빗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빗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를 없애고 찬찬히 골목을 비추며 서사를 잡아갈 수 있는 요즘 시대의 감독은 고레에다 감독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기다림과 여백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것을 관객과 공유해줄 수 있는 능력이 좋다.

  2. 처음 등장한 오케이 세탁 봉고차를 따라가는 경찰의 승용차. 이 단순한 문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수만가지다. 보통의 감독들은 화려한 조명의 광안대교를 지나가는 두 대의 차를 부감으로 멋지게 찍어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장면이 이 영화에, 그리고 초반 서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것은 누구나 알고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리하게 카메라를 차 안에 숨겨버렸다. 이쪽 차에서 바라보는 저쪽 차. 카메라는 조수석에 놓여 우리가 앞서가는 차에 타고있는 이의 마음이 되기도, 반대로 따라가는 차에 타고있는 이의 마음이 되게도 해버린다. 영화가 시작한지 고작 몇 분만에 각 캐릭터에 관객을 녹여버리는 그런 멋진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이야기에서 감독 특유의 쓴 뒷 맛이 느껴진다. 세 번째 살인도 어느 가족도 그랬다. 이야기를 쌉싸름하게 닫는 솜씨, 그게 정말 그를 좋은 감독으로 만드는 포인트라 생각했다.

  4. 역의 크기와 관계없이 대단한 배우들이 줄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웠다.

  5. 의외로 정재일의 음악은 좋았다.

  6. CJ의 맛이란.. 천천히 흐르는 엔딩 크레딧을 처음부터 쭉 읽는데, 이것은 완전한 한국 자본에 한국 인력을 더한 한국 영화였다. K영화는 어쩔 수 없는걸까..

  7.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 반복되는 역할과 구조들. 예를 들어, 파비안느에 대한 진실에서도 그랬듯 “릴리 프랭키"로 연상되는 역할이 배우만 바꿔 연기되는 느낌이었달까나..

  8. 한국인이면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부산에서, 울진을 지나, 서울과 인천까지. 그 긴 여정의 피로가 잘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감독 본인이 생각하는 이 영화에 대한 평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