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 2021 / Seung-wan Ryoo / IMDb
★ 3.3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해외 올로케 프로덕션에서 정말 한국 영화사의 텐트폴 같은 영화가 될 것임에는 이견이 없다.

영화에 대해 얘기하자면…

먼저, 조인성이 연기한 강참사관 캐릭터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첫 등장부터, 아 또 조인성이 조인성을 연기했네 싶을 만큼 질리도록 본 조인성의 짜증 내는 연기에 실망하려던 찰나. 상황을 캐치하고 저울질에 능통한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들에 대한 각본, 그리고 그걸 재현해내는 배우들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각본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두뇌회전이 빠른 척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게 조금 신기했던 포인트..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가 공관을 습격 당했고, 대한민국 대사관으로 왔다 하더라도 영화의 본바탕이 인류애에 있기에 그 재현의 능력에는 다름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다. 남과 북이라는 조금 복잡 미묘한 constraint가 추가되어 머리를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 누군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어떤 인간으로서의 신념을 져버릴 수는 없는 것. 원총때문인지 그런 자세에 대해서도 좀 고민을 해봤다.

김윤석의 연기의 무게가 씬마다 달라진다. 무거웠다, 가벼워졌다. 연기가 튀 는게 아니라, 그 자리가 그런 무게 변화의 연기를 요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조인성의 라코스테 피케. 구교환의 땀으로 젖은 앞머리. 그런 것들의 이미지가 잔영으로 남는다.

8, 90년대의 필름룩을 재현하려 노력했단 얘기를 들었다. 완벽하게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최근 본 한국 영화 중엔 가장 좋았다. 아무래도 자연광을 무시할 수 없는 걸까. 어마무시했던 아프리카의 그림자.

전쟁통에도 구김 없이 빳빳해야 하는 수트같은 국격, 그 국격 너머의 인류애. 서사와 감정에만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류승완의 액션은 베를린에서 정점을 찍고 멈춰버린 것만 같다. 같은 주제를 이창동이, 이준익이, 박찬욱이 찍었다면.

집에 돌아와 본 김윤석의 인터뷰에 놀랐다. 이 영화를 본 뒤 제일 먼저 떠오른 영화는 아르고였지만, 계속 곱씹을수록 스파이 브릿지를 닮았다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계하던 어떤 이들과의 선을 넘는 교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