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에덴
Martin Eden / 2019 / Pietro Marcello / IMDb
★ 3.5
이상하리만치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가 떠올랐다. 아마도, 후반부의 마틴의 광기때문이겠지만, 전반부 마틴의 묘한 서늘함과 날카로움이 더 겹쳐져 보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기질이 발현되는 트리거에 대해 생각했다. 그 순간만큼은, 그리고 3년, 5년 정도는 그 트리거에 감탄하고 끊임없이 곱씹어 보게되지만, 그게 영원불멸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요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틴의 사랑이 식었다기보다, 어쩌면 그 허무함에 질려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무하지 않으려 발버둥 칠 수록, 그 끝은 더 큰 허무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레트로한 질감을 잘 살린 영화였다. 어쩔 수 없이 GAN을 생각했다. 실제 오래된 푸티지와의 교묘한 교차 편집으로 신뢰도를 증폭시키는 기술에 대해.
엄청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몇몇 장면은 뇌리에 박혀 오래 생각날 것 같다. 낡은 기차를 타고 외곽의 하숙집으로 떠나는 장면. 너무 소중히 다루느라 계단 하나하나를 내려올 때마다 앉고 내려주기를 반복하던 마틴이, 빈민가를 내려올 때 무자비하게 엘레나를 끌고 내려오던 장면 같은 것들.
모두 울고있다. 이 영화에서 행복하게 남겨진 이는 누구일까. 이렇게 불행과 슬픔만으로 세상이 가득해도 된걸까.
키가 있다면 감옥도 내 집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오랜만에 되새겨 보는 수처작주의 마인드로.
영화제 제공 영화 소개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네아스트 중 한 명인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최신작이다. 20세기 중반 이탈리아 나폴리. 가난한 선박 노동자 마틴 에덴은 상류층 여자 엘레나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초등교육도 받지 않은 에덴은 그때부터 엘레나처럼 생각하고 말하기 위해 책을 탐독하고, 무언가에 홀리듯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미국 작가 잭 런던의 자전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얼핏 보기에 단순한 멜로영화 같지만 실질적으론 예술적 야심과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동시에 품고 있는 영화다. 이데올로기와 계급의 대립,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개인의 영광과 파멸을 다루고 있으며,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연출로 관객의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를 사로잡았다는 평과 함께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지난 10년간 최고의 영화 중 한편’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2020년을 대표하는 최고의 수작 중 한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