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거인

A blue giant / 2021 / Gyeongmu NOH
★ 2.8

서로 다른 텍스쳐를 가진 오브젝트들을 어떻게 중첩시키는 지를 관찰하는 재미는 있었다. 6월 초까지 완성해야하는 발표 동영상을, 어떻게 짜야할까, 단편에서 많은 힌트를 얻는다.

하지만, 영화적 서사가 무척 아쉬웠다. 이제 우리는, 10분 이하의 애니메이션에서도 인생의 가르침을 원한다. 관객이 애써 의미를 찾지 않아도, 의미가 저절로 다가오는 깊은 단편이 보고싶다.

영화제 제공 Overview

집에 비해 너무 큰 몸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은 집밖으로 나가 갖은 고초를 겪은 후 집에 꼭 맞는 몸의 크기를 갖게 된다.

영화제 제공 Review

한 장 한 장 기대를 가지고 넘겨보는 아름다운 팝업 동화책 같다. 집 밖을 나선 주인공 앞에는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 펼쳐져 있다. 그가 퀘스트를 수행하듯 하나하나 산을 오르고 장애물을 마주한 순간들을 넘어설 때마다, 보는 이는 화면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간 채로 기꺼이 이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멀리 보이는 반짝임을 찾아 떠났던 거인이 일련의 과정 끝에 그 소박한 정체를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서사는 파랑새의 교훈을 닮았다. 다시 찾은 집은 이제 처음과 달리 그에게 더없이 안락하게 맞춤한 공간으로 보인다. 흑백의 명암과 푸른색, 노란색 정도의 제한적인 색상들만 썼음에도 영화는 그 어떤 총천연색의 영화보다 아름답고 풍부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재치 넘치는 음악과 사운드의 활용도 <파란거인>을 한층 인상적으로 기억하게 한다. (이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