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블스
Pebbles / 2021 / P.S. Vinothraj / IMDb
★ 3.3
정말 두 부자의 연기가 너무 놀랍다. 어디까지가 연출이고, 어디까지가 연기인걸까. 비단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다른 이들 역시. 인터넷에 정보가 너무 적어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 비 배우를 섭외해 촬영한 것 같긴한데.
다큐같은 픽션. 차오르는 샘물처럼, 벗어날 길 없이 반복되어 수많은 자갈들(pebbles)로 남겨질 현실. 살구같은 눈망울의 아들이, 그리고 그가 모은 자갈이 너무 안스러웠다. 같은 하늘 아래, 여기 전주와는 이렇게 다르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포인트들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같은 장면을 촬영해도 압바스 감독에겐 오브제를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 마음을, 어떻게 느껴지게 만드는지 새삼 놀랍다. 정말 대단한 감독. 에드워드 양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알게된 것만으로도, 박사과정은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너른 사막같은 황폐함에서 느껴지는 녹음이 정말 놀랍기도 했다. 어떻게 공간감을 구현했을까. 동시녹음이었나. 만들어 씌운 것일까.
이전에 첸나이로 짧은 방문을 할 뻔한 적이 있다. 구글맵으로 간단히 봤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신청하지 않았지만. 크레딧에 올라오는 첸나이를 보니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영화가 말하고자는 바가 무엇인지, 관객에게 무엇을 남기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현실의 단편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그 실존하는 단편을 이보다 더 잘 담을 순 없었을 것이다.
영화제 제공 Overview
알콜 중독자 가정 폭력범이 집을 나간 아내를 데리고 오기 위해 어린 아들을 끌고 여행에 나선다. 버려진 지역을 가로지르는 이 여정은 맹렬한 열기에 솟구치는 감정과 함께 땀과 얼룩으로 점철된다.
영화제 제공 Review
인도 남부의 찢어지게 가난한 지역 아리타파티. 게으른 남자들은 도박에 빠져 어떤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고, 여자들은 들쥐를 잡아먹으며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 골초에 주정뱅이인 주인공 가나파티 역시 가정 폭력을 일삼아 결국 부인은 집을 나가 친정에 머물고 있다. 부인을 데려오려는 가나파티는 어린 아들을 앞세워 처가로 향하지만 목적은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처가 식구들과 대판 주먹다짐을 벌인다. 설상가상 차비까지 떨어진 아버지와 아들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날씨 속에 13킬로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작품은 빈곤의 대물림 속에 무기력한 사람들과 이미 해체된 가족 관계를 보여주며 절망을 안겨주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고여 있는 흙탕물의 맑은 부분만 떠먹는 동네 아낙들을 보여주며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