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피아니스트
Broken Keys / 2020 / Jimmy Keyrouz / IMDb
★ 3.1
낮에 본 페블스와 대비되며 너무 안타까웠다. 자연이나 세상이 만들어낸 재앙이 아니라, 인간의 이념이나 욕심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 자초한 재양이란 사실에.
그저 행복하게 살고싶은 것인데, 그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 세상. 100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이야기.
대단하면서 대단하지 않다. 전자가 프로덕션에 해당한다면, 후자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해당한다. 가버나움을 계속 떠올렸다. 잘 만든 영화와 서툰 영화를 가르는 얇은 종잇장이 손에 잡히는 느낌이었다.
밀회나 어느 영화에서 가볍게 쓰인 곡이 전장에서 들려오니 새삼 그 무게가 다르다. 나는 이렇게 이 이야기를 이렇게 가볍게 소비해도 되는걸까.
세상을 구지 무겁게 살 필요까지는 없지만, 나 혼자 잘난 맛에, 나 혼자 편한 맛엔 살지 말아야지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된다. 연대와 신뢰, 보은, 그리고 신념과 약속에 대해 깊게 생각한 시간이었다.
영화제 제공 Overview
음악가 카림은 시리아를 떠나기 위해 그가 가장 아끼는 피아노를 단 13일만에 팔아야 한다. 카림이 피아노를 포장하고 있을 때, 테러리스트 수장이 아파트에 쳐들어와 피아노를 파괴한다.
영화제 제공 Review
ISIS가 점거한 시리아의 세카는 내전으로 이미 도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한 건물 지하에서 한 무리의 난민들과 생활하는 20대 피아니스트 카림은 유럽에 진출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꿈이지만 현실은 총탄과 폭력이 난무하는 무정부 상태일 뿐이다. 그런 카림에게 유일한 행복은 어머니가 물려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고, 유일한 희망은 그 피아노를 팔아 유럽으로 탈출할 여비를 마련하는 것이다. 어느 날 카림이 머무는 거처에 들이닥친 ISIS는 서구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며 피아노에 총알을 퍼붓고 카림의 꿈도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피아노를 고치고 싶어 하는 카림은 꽤 떨어진 람자라는 도시에 부숴진 피아노와 같은 모델의 피아노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무모한 여정을 떠난다. 암울한 시대지만 희망과 용기, 그리고 예술에 대한 꿈을 잃지 않는 주인공 카림의 모습이 긴박감 넘치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레바논 출신의 지미 케이루즈 감독이 대학 졸업작품으로 만든 <검은 건반 Nocturne in Black>(2016)을 장편으로 만든 데뷔작으로, 같은 레바논 출신인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가브리엘 야레드가 음악을 맡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