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사 니코스
Tailor / 2020 / Sonia Liza KENTERMAN
★ 3.1
왜 초반엔 자꾸 이 영화의 배경이 러시아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초반엔 동유럽의 잔재같은 철재나 목재의 인도어 씬이 많이 나와 그랬던 것 같다. 후반으로 가면서 지중해빛 야외가 등장하며 비로소 그리스인 것을 지각했지만. 영화가 단순히 오브젝트만 담는 것이 아니라, 배경을 어떻게 담아가야하나 하는 가르침을 받은 것 같기도하다.
너무 구체적이라,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촬영, 미술, 편집, 음악 등 다른 구성요소가 좋았기에 더 아쉬움이 큰 것같다. 망쳐버린 느낌이 들 정도로 플롯의 구성이 좋지 않았다. 한 가지 주제를 뚝심있게 말하지 못하고, 곁가지를 도는데 그 가지를 잘 다듬지 못해 되려 휘둘려지는 느낌이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어쨌거나 영화를 통해 세계여행을 하고싶다던 나의 작은 바람은 이뤘다.
영화제 제공 Overview
니코스는 아버지와 운영하는 가족 소유의 양복점 다락방에 산다. 그리스 경제 위기로 은행이 양복점을 압류하려 하고 아버지도 병에 걸리자, 니코스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상한 모양의 이동식 양복점을 통해 니코스는 아테네의 여성들에게 자신감과 스타일을 선사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영화제 제공 Review
아버지와 함께 양복점을 운영하는 중년의 독신남 니코스는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유지하며 어떤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고지식한 재단사다. 이들의 맞춤 양복점은 한때 잘 나갔지만 그리스에 경제 위기가 닥치자 은행 빚이 늘어나기만 하고, 가게를 닫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병으로 쓰러지자 홀로 가게를 일으켜야 하는 니코스는 고민 끝에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리지 않고 천과 재단 도구들을 손수레에 싣고 시장으로 나가 직접 손님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양복을 맞추겠다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딸의 웨딩드레스를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달라는 시장 상인만 있을 뿐이다. 과연 니코스는 양복 대신 웨딩드레스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일까? 아니, 양복 대신 웨딩드레스를 만들 수나 있을까? 독일계 그리스 감독 소니아 리자 켄터만의 장편 데뷔작인 <재단사 니코스>는 사양길에 접어들어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도 어려운 맞춤 양복점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양복점의 이런저런 모습과 주인공 니코스의 일상을 담은 첫 시퀸스에서 켄터만 감독이 만들어낸 영상의 리듬감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노련함을 보여주며, 니코스 역을 맡은 디미트리스 이멜로스의 코믹한 표정 연기도 매력적이다.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