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밸리
Happy Valley / 2020 / Simon LIU
★ 3.3
홍콩의 해피 밸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장국영이 자주 다녔다는 딤섬집 예만방에서 야무지게 먹었던 기억. 영화에 대한 감상을 쓰려 오랜만에 검색해보니, 작년에 28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폐업했다 한다. 세월의 한 페이지 속에 아카이빙되어 버렸다.
개인적인 것을 타인에게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작년 아카데미에서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했다. (그런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그 말을 한 걸 별로 기억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당시엔 주제에 대한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그 안엔 생각보다 큰 범위의 철학이 들어있단 생각을 했다. 개인적인 것을 창의적이게, 그리고 타인이 봤을 때 공감할 수 있도록 다듬는 능력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능력과 얼마나 직결되나. 이 영화는 그런 관점에서 좋은 영화일까? 좋지 않은 영화일까? 개인마다 공감의 정도가 다르니, 절대적으로 좋다 좋지않다 말할 수 있을까, 뭐 그런 것들을 단편이 흐르는 13분동안 고민했다.
어떤 이가 벽돌을 옮긴다. 정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화가나 던지는 것 같지도 않다. 알 수 없는 우리의 행동들. 이유없이 벽돌을 옮기는가? 무의미한 일상에서 유의미를 찾아가는 것. 사사로운 개인의 기억에서, 세상의 유의미를 찾는 것.
영화제 제공 Overview
현수교의 케이블과 선박의 닻줄이 연약한 도시 구조를 드러내듯, 영국 식민지 시대의 구조물은 홍콩 시위 이후의 상황을 비추어 낸다. 이들이 도시를 움직이게 하는 건축물이다. 홍콩 시민들의 불굴의 정신을 표현한 작품으로, 감정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 시도이기도 하다.
영화제 제공 Review
<해피 밸리>는 홍콩시위 이후 일상으로 돌아온 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정치적 열기로 가득 찼던 장소였지만 이제 그 흔적은 오히려 사람들의 기억과 사적인 이미지들 속에 남겨졌다. 이 영화는 미국에 살고 있는 감독이 어찌할 수 없는 고향의 역사적 순간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시위 자체를 보여주기보다 개인적인 시간이 새겨진 공간을 기록한다. 그 이미지들 속에서 지난 홍콩 영화의 자취가 느껴지는 것은 감독의 기억 속 공간과 정서 때문이리라. (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