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다소높음

The rain comes soon / 2020 / Bongsoo KO
★ 3.3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 재밌게 봤다. 이게, GV 버프도 있는 것 같다.

점점 땀에 젖어 뽕이 사라지고 컬이 솟는 두 남녀, 카라만 빼고 젖어버린 평론가. 에어컨을 틀 순 없지만 따닥따닥 붙어앉은 네 명의 관객. 주어진 대본 없이, 전날 섭외된 외국인 배우, 그리고 말도 안되게 적은 차수의 촬영으로 이렇게 만든 거라니!

여러 서브플롯을 펼쳐놨는데, 엉망으로 가지 않고 적당한 밸런스를 유지한다. 고봉수 감독의 차기 상업영화가 기대된다. 배우들의 차기작도!

고봉수사단의 다른 영화틀이 무척 보고싶어졌다. 젊은 그대도 개봉했음 좋겠다. 세 남매가 왜이리 웃기던지.

GV 내용을 적어본다.

  • 외국인 티나는 촬영 전일 갑작스럽게 생긴 캐릭터라 한다.
  • 촬영 현장엔 대본이 없다 한다. 취생몽사처럼, 편집도 어떻게 끝냈는지 모르겠다 한다. 그런 “어쩌다보니” 되는 과정을 좋아하진 않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긴급하게 처리한 것에 비해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 신기하다.
  •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노이즈때문에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한다.
  • 종로의 낭만극장을 주제로 만들고자 기획하게 되었다. 총 4일동안 4회차로 촬영을 완료했다 한다. 영화관 장면은 하루만에 모두 찍었다.
  • 주인공 중 한명인 고주환 배우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영화제 제공 Overview

습도가 높은 어느 불쾌한 여름날, 코로나로 인해 존폐 위기에 놓인 영세한 극장에서 퇴물 영화감독 이희준의 신작 시사회가 열린다. 극장 사장이 정부 정책을 핑계대며 에어컨 가동을 거부하자, 더위에 지친 관객들의 불평과 예상치 못한 진상들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알바생 찰스의 인내심도 바닥나기 시작한다.

영화제 제공 Review

전주국제영화제의 ‘단골손님’ 고봉수 감독의 신작 <습도다소높음>은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하루를 배경으로 한다. 이 날은 누군가에게 운수 좋은 날이고 누군가에게는 재수 없는 날이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운수 좋은 날을 기대한다. 아침부터 영화 시사회를 준비하는 극장 아르바이트생 찰스는 사장으로부터 임금을 더 받고 싶고, 영화의 주연이지만 택배 일을 하는 주환으로서는 많은 관객들이 시사회 자리를 빛내주길 원하며, 단역 배우 승환은 방금 소개팅한 여성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 하지만 모두가 짐작할 수 있듯 이 무더운 극장 안에서 행운을 가져가는 인물은 거의 없다. <습도다소높음>은 삶의 소박한 풍경을 특유의 코믹한 정서 안에 녹여낸다. 영화감독으로 이희준이 출연해 열연을 펼치고, 영화평론가 전찬일 또한 능숙한(?) 연기를 보여준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