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 / 1964 / Jacques Demy / IMDb
★ 3.3
바로 직전에 로마의 오프닝 신에 대해 언급했는데, 쉘부르의 우산 역시 보도블럭을 내려다보는 bird’s eye 앵글로 오프닝을 시작했다. 다만, 거진 반세기 이전의 영화다보니 카메라에서 떨어지는 비가 떡져보인다거나, 비슷한 사람이 여러 variation 을 주며 걸어다니는 듯한 느낌이 전해져 (아까의 로마와는 다르게) 심각하지 않게, 되려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리마스터링 때문인지 몰라도 색감이 정말 어마무시하다. 파란 꽃무늬 벽지 앞에 파란 꽃무늬 드레스의 주인공이 등장할 수 있는 영화가 몇이나 될까. 진즉 봤었다면 MCS 예제로 썼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발표 슬라이드에 넣어봐야겠다.
파비안느의 진실과 엮어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똥고집의 어머니로 나오는 그녀도, 똥고집 어머니 아래서 나풀거리던 시절이 있었구나. 나는 중/노년의 카트린 드뇌브에 익숙해, 아직은 이렇게 젊은 그녀를 만나는 것이 좀 어색하다.
1시간 반동안 내내 노래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 그 음악이 거슬리지 않아 한 시간 반을 꾹 참고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쉘부르의 우산과 사랑은 비를타고를 헷갈려 했던 것 같다. 아마 오늘 내가 보고싶었던 것은 사랑은 비를타고였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이렇게 쉘부르의 우산까지 덤으로 보게되어 기쁘다.
얼마 전 본 입생로랑의 시기와 겹친 시대의 프랑스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프랑스판 군대간 남자친구를 기다리지 못하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이야기지만 멋진 음악과 색감이 입체감을 불어넣어 2.5D의 이야기로 살려낸 기분이다.
롤랑역을 맡은 Marc Michel 의 연기와 노래가 정말 좋았다. 자끄 드미 감독의 영화는 그만 보고 싶은데, ‘쉘부르의 우산’에 등장한 롤랑의 에피소드가 그의 전작 Lola 의 줄거리라니, 이거 참 아니볼 수가 없다.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한 Esso 주유소의 구성과 촬영, 색감이 정말 좋았다. 미니어처가 있다면 구매해 옆에 두고싶을 만큼.
이제 시선을 바르다로 옮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