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보

★ 3.5

여백이나 은유없는 위인전을 읽은 기분이다.

흥미가 당기는 인물의 생을 담았다는 사실만으로 흥미 넘치는 영화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이유로 인한 가명의 삶이었지만, 어찌되었건 로맹 가리에 대한 영화가 나오더라도 이 영화를 반면교사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마지막 트럼보의 수상 연설 내용은 앞선 아쉬움을 잊게 만들만큼 괜찮았다. 사람을 극한으로 몰지 않으면 하지 않을 행동들, 생기지 않았을 상처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지 못한 현실. 누군가를 혹은 어떤 사건을 평가하는 지표가 극한의 상황으로 몰렸을 때의 선택에 기반해야 하는지, 혹은 어떤 임계점을 넘기기 전까지의 젠틀한 선택으로 평가해야하는 지 좀 혼란스러운 순간이었다.

브레이브 원이나 스파르타쿠스가 무척 보고싶어졌다.

그나저나, 달튼 트럼보를 연기한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리틀 미스 선샤인의 그 성공한 작가라는 것이 놀랍다. IMDb에서 리틀 미스 선샤인에 나왔다는 사실을 보고선, 도대체 누구로? 라 물으며 기억을 되짚어봐도 쉽지 않은 연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