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 3.5

백치를 시작한건 꽤나 오래전인데, 이제서야 다 보게 되었다. 하라 세츠코의 영화 중 가장 어렵게 구했고, 가장 난해했던 영화였다. 아직도 좀 아리까리하다. 평면적인 인물들로 난해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재주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구로사와 아키라의 능력인걸까, 원작의 힘인걸까. (사실 원작을 보지못해 잘 모르겠다.)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얘기라 생각하다가도, 잘 생각해보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거였던걸까, 아 뭘까. 생각의 꼬리를 물며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을 계속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았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상황에 공감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같다. 하라세츠코 추모 기사에서 정성일 평론가가 언급한 백치가 어떤 내용이지 기억하지 못하는게 아쉽다. 한국으로 돌아가 집에 도착하면 잊지말고 꼭 읽어봐야 할텐데.

아무 것도 없던 공간에 불편함과 으스스함을 가득 불어넣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고싶은 길이 아니기에 관심이 없었지만, 가야한다면 나는 절대 못갈 것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고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