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 4.0
수많은 감독들이 사랑한다는 ‘불편하게 만들기’ 를 오랜만에 제대로 느끼게 한 영화였다. 박찬욱만 불편하게 만들기 매니아인줄 알았는데, 봉준호도 그런 줄은 몰랐네.
최후의 만찬을 떠올리게 하는 긴 테이블서의 술자리는 한 샷에 담기지 않고 불편하게 좌우로 패닝되어 인물을 담았다 밀어낸다. 게다가 쏟아지는 비에 금방이라도 돌아올 것 같은 주인집 식구들에 대한 걱정은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주인공 가족의 그 누구도 그 걱정을 느끼지 못한다. 오랜 시간 지속되는 씬에 손을 여러번 쥐었다 핀건 기우도, 기정이도 아닌 나였다.
주인공 부자가 가장 편안한 자세로 뉘인 곳이 체육관이란 사실에, 새삼 인생이 뭘까, 그런 상념에 빠지기도.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했지만, 전날 있었던 거대한 사건들을 잊고 단잠을 청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기보단 조금은 부럽기도.
모든 배우의 연기가 좋았지만, 유독 송강호의 연기만 좀 불편했다. 의도적인건지, 내가 불편함을 느낀건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까지 봐온 송강호의 작품들 중 그의 연기가 불편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놈놈놈 정도?
너 그거 기억나? 그 장면 어땠어? 계속 대화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였다 생각한다. 멋진 로케와 세트, 촬영, 그리고 편집은 덤.
아무리 이런 소재가 머릿 속에 떠올랐다 하더라도, 죽었다 깨나도 봉준호가 아니고선 이렇게 만들지 못했겠다는 생각이 드는 깊은 인장이 새겨진 영화였다.
진짜 칸에 함께 가셨어야 하는 분은 가질 못하고…
정말 오랜만에 모든 배우들의 연기만큼엔 만점을 주고싶은 그런 작품이었다. 누군가가 왓챠에 쓴대로, 이런 영화 속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지만, 이런 영화를 만든 봉준호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영광을 누리게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