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 3.5
머리가 지끈 아프다. 단 하나의 결론 없이 여러 생각으로 떠돌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상하게도 배우의 첫 연출작이라 생각하니 편집과 촬영에 신경을 쓰게 된다. 가령 김윤석이 처음 등장하는 숏이 과도하게 짧게 편집된 느낌이었어서, 연출이라 오래 잡기에 쑥스럽다는건가? 혼자 피식 거리기도 했다.
잘못한 자는 계속 펀치를 맞으며 쓰러져있고, 네 명의 배우가 주거니 받거니 티키타카를 계속 한다. 덕분에 절대 홀로 해결할 수 없이 서로 기대어야만 풀리는 문제들이었던걸까 생각이 들기도.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이 꽤나 복잡했다. 캐릭터들에 대한 선악의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명연기가 계속 된다. 원래 김윤석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으.. 트렌치코트의 그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멋있어.. (ㅋㅋ)
괴기스러울 수 있는 결말에, 제작사나 스탭들의 어떻게 결론을 합의하게 된걸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디서 촬영했는지, 음악은 누구였는지 등등도 궁금해 빠르게 엔딩 크레딧을 열심히 보고 나왔다.
씨네21에서 작품의 이름을 처음 보게되었을 때 또 하나의 음란한 작품이 나오겠다 싶었었는데. 도통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문제를 갖고 발산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작품이라 생각하며.
- 4/12 감상 추가 영화 <사랑니> 는 이래저래 좋아하는 요소가 많지만, 가장 좋아했던건 사건의 프레이밍이었다. 어쨌거나 어떤 세계의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왔고, 흘러가고 있는데 영화가 어떤 순간부터 어느 순간까지를 담을 것인가 역시 영화의 질을 결정하는 꽤나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일반적인 영화들은 사건의 시작부터, 감정의 고조 그리고 해결까지의 일련의 가우시안 그래프의 형태를 갖는데, 이는 관객들도 제로상태에서 영화와 함께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반면, 사랑니는 사건이 꽤나 흐른 뒤 감정의 고조 상태부터 카메라가 포착하기 시작하는데, 신기하게도 영화의 시작과 함께 나의 감정도 점프하듯 단숨에 올라버린다. 그 신기한 경험을 아주 미미하지만 어제 미성년을 관람하면서도 느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