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 3.1
조금만 기다리면 VOD가 시작될 각이었지만, 이상하게 왜 극장에서 보고싶었는지.
너무 악평이 자자해 걱정이 컸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망작은 아니란 생각이 드는데. 물론 좋은 작품도 아니지만. 설명이 매끄럽지 않고 세련되지 않을뿐, 감정의 개연성은 이해가 잘 되었다. 내가 너무 쓰레기인건가?
미처 다 쓰지도 못하는 캐릭터들과 설정들이란 평을 남긴 이동진 평론가의 평엔 반절은 동감, 반절은 의아했다. 얼마전 있었던 1987편 스페셜토크의 최동훈, 장준환 감독의 토크 기사를 읽은터라 어쩔 수 없이 1987을 떠올렸다. 1987과 마약왕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사라져갔는가를 떠올리면 수작과 졸작을 가르는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뭐 사실 영화를 이두삼의 인생 전기라 생각하면, 그렇게 누군가가 인생에 나타났다 어느순간 사라지는게 이상한 일도 아니라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레슨보다, 욕망에 어떻게 끌려다니는 지 관찰에 가까운 두 시간이었다. 욕망없는 이가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적나라하지만 되려 그게 현실에 솔직한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시. 그래도 평면적으로 흘러가는 캐릭터와 서사가 아쉽다.
최진필역의 이희준의 연기가 좋다. 어느 누가 1987에서 이희준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고 했을 때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번엔 정말 스스로 먼저 그렇게 느꼈다.
어디서 촬영했는지 궁금해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기다렸는데 너무 빠르게 지나가 놓쳐버렸다. 대전에서도 찍었던데, 스튜디오 촬영이었던걸까. 나중에 VOD 가 나오면 다시 찾아봐야겠다.
what can I do for you 같은 대사는 웃겼는데 영화관의 아무도 웃지 않아 놀랐다. 사람들이 범죄도시를 보지 않았거나, 나의 취향이 이상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며칠전 씨네21의 송강호 인터뷰 사진을 보고, 아이코 이 배우가 어느새 이만큼 나이들었지에 놀라버렸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한 번 더 지나간 세월을 확인사살하고 온 느낌이다. 가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겠지만, 이전의 얼굴과 느낌은 이젠 화면속에만 남아버렸구나 아쉬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