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vs매켄로
★ 3.6
하나의 몸통으로 미끄러지며 헤엄치는 글은 다음 생애에. 영화를 보며 생각났던 것들의 나열.
실화의 결말을 모른 채 봐서 다행인걸까? 알고봤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까?
영화의 그 누구도 노력하지 않고 요행을 바랐던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들 수 있지만, 실화에 기반했다고 처음부터 채찍질하는 영화에 두손두발 다 들고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최선은 다했어야 할 것 같아서… 성공이면 더 좋겠지만.
누구나 영화를 볼 때 자신을 투영하는 인물(또는 인물들)을 찾으려 노력하고 끝끝내 감정을 이입한다고 생각해왔다. 이 영화에서 나는 누구에게 나를 투영해 잘 되기를 응원했을까. (잘 된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갑자기 또다른 의구심이..)
윔블던 결승이 시작되었는데도 아직 러닝타임이 30분이나 남은 것을 보고, 영화가 하고싶은 말을 지레짐작하려 애썼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 경기덕분에 두 선수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영화의 시작 전 흘러나왔던 한 문장때문에 승자에 따라 달라지는 교훈을 계속 교차해 생각했다. 사실 그 누가 승리했다 하더라도 어쨌거나 교훈은 남았을 거란 생각에 느긋하게 매치포인트를 즐길 수 있었다.
초등학생시절 좋아했던 같은 반 테니스부 남자 애랑 중학생이 되어 마주쳤던 게 엊그제 같은데.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테니스를 하고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랏? 강습이나 받을까? 생각했을 때 받았다면 지금쯤 동네 테니스대회는 나가지 않았을까.. 혹은 늦었다고 생각한 지금이 몇 년 후에는 또 시작해야했던 후회의 시작점으로 남는 건 아닐지 (ㅋㅋ). 지금 당장 배우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학교에 있는동안 배우면 좋을텐데.
좋은 편집과 좋은 연기에 맥주를 두 캔이나 따버렸다. 그나저나 영화의 시작과 함께한 타이틀에 놀라버렸다. Borg vs McEnroe 였다니. 좀 당한 느낌이다. 뭐랄까.. 예테보리 대 맥그리거 인줄은 몰랐다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