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posted on 2018.03.02
★ 3.8
영화를 다 본 금요일부터, 일요일인 오늘까지 계속 악몽을 꿨다. 아마도 95%, 이 영화의 잔상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명작이지만 보기를 미뤄왔던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 조금 더 미뤘어야했나? 하는 후회도 약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려, 다시는 열기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진 기분이다.
밝지만, 더 어두운 내면으로 들어간 환상의 빛을 보게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환상의 빛을 본 이후에도 꽤나 오랜동안 헤어져나오지 못했는데 일상에서 내내 생각났다는 것은 아니고 예를들어 화장실에서 홀로 머리를 감으려고 할 때나, 출근하려 주차장에 내려가 차에 오르기까지의 시간, 밤 늦게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 그런 시간들을 비집고 스멀스멀 생각나곤 했었다. 물론 기분이 좋지많은 않았다.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아이들의 머리가 덥수룩해질수록 해결할 수 없는 죄책감은 더해만 갔다.
엄마가 야마모토가 된 순간부터, 끈을 놓아버리는 아키라의 모습에 야속하기보단 미안했다. 엄마의 옷장에 들어가있던 쿄코에게도.
촬영과 연기, 미술, 조명, 어느 하나 빠지지 않아 더욱 아이러니하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아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괴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