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 3.9

여러 단상이 들었다. 생각의 흐름대로 정리해놓는 것 이외에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지 못하겠다.

어벤져스들이 등장한다. 그렇다해서 슈퍼 히어로물이 생각난건 아니었고, 영화 작은연못이 생각났다. 누구나 탑승하고싶게 만드는 그런 영화. 장준환이 부러웠다.

강동원이 너무 오래 나오면서, 에잇 이 영화도 별수 없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실제로 좀 늘어지기도 했고. 그가 이한열이 되어버렸을 땐 정말 모든 생각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처음 강동원이 마스크를 벗을 때 탄성을 자아내던 영화관 사람들이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땐 그 누구도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채 일어나버렸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결국 모든게 돈이 뒷받침됐기에 유지되었고, 악순환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준 감독이 뭐랄까, 어른의 생각을 힐끔 본 느낌이었달까나.

많은 배우들이 유해진 역을 탐냈지만, 그 역은 유해진이 아니면 안될 것 같다고 했다는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결국 그는 가족보다는 대의를 택했던걸까?

누구 혼자의 힘으로 된 게 아니라는 걸 영리하게 보여준다. 옆집 아줌마가, 내 친구 동생이, 아빠 회사 아저씨가, 실재하는 내 주변 사람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거였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모든 키는 택시라고 말했던 택시운전사나, 그런 비슷한 류의 영화들과 홀연히 다르게 우뚝 서버리고야 만다.

묘하게 맞닿아 있는 1987과 2017.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들.

집으로 돌아오는 차가 충대 앞 오거리에 신호대기할 때. 이 오거리 앞에서의 과거들이 생각나 부끄러웠다. 나는 지금을, 지금의 것들을 왜이렇게 감사한줄 모르고 당연하게 누리고 살았던걸까? 단순한 역사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내게 감사한 세상을 물려주신건데 그걸 당연하게 생각해왔다는게 너무 챙피했다.

정권이 바뀌고 나왔다는게 아깝다. 오이밭에 가서 갓을 고쳐쓰게 되다니!

중간중간 감독이 넣어두었던 포인트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빠르게 지나가 잘 캐치하지 못했다. 가령 칠판에 써있던 것 같은 장준환의 이름이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