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춘

★ 3.8

한 영화를 보고 한 배우에게 빠지기란 쉽지 않은데 하라 세츠코에게 그렇게 빠져버렸었다. 동경이야기를 보고 나서였는데, 그 이후로 그녀와 오스 야스지로가 함께한 다른 영화들을 보고싶어 미칠 것 같았다.

또 막상 시간이 있을 땐 그 기회를 피해버렸는데 아마도 더 이상 그녀와 그가 함께한 영화가 남아버리지 않는다는 쓸쓸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만춘은 기타카마쿠라를 배경으로 했다. 오스 야스지로가 죽어 묻힌 기타카마쿠라. 하라 세츠코가 은퇴 이후 시간을 보냈다는 가마쿠라. 결코 우연히 아니었겠지? 일본에 있을 때 그 묘에 다녀오지 않은 게 아쉽다.

영화 속 감정들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오스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 기념 거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에게 음란마귀가 많아 그런 생각을 한걸까 스스로 후회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던 장면은 부녀가 여행을 가 여관에서 잠에 들기 전 장면이었다. 사실상 자신을 어머니를 대체한 역할로 생각하고 있었을 거라는 평론을 들으니 그런 것 같다는 쪽으로 생각이 많이 치우쳤다.

동경 이야기속 하라 세츠코는 환한 웃음만 가득했다. 만춘에서도 초반엔 그런 웃음만 보여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그늘이 드러난다. 생각해보면 임청하도, 하라 세츠코도 그런 그늘이 그녀들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다.

류 치슈의 리드미컬한 사투리를 듣고 싶었는데, 여기선 좀 덜한 것 같아 아쉽다. 얼른 다른 오스 야스지로의 영화가 얼른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