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야기

★ 3.6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학부 시절 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틀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쿨쿨 잤지만 그 시작과 끝이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한참이 지나 씨네 21에서 오즈 야스지로나 하라 세츠코를 다루며 다시 이 영화를 꺼냈다. 일본에 가기 전에 보기 시작해서 일본 생활이 끝날 무렵에야 다 보게 되었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싶었던 까닭도 있는 것 같다. 진짜 내 일상 주변 어딘가에선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믿어지게끔.

여튼, 사진으로만 보던 하라 세츠코는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라 생각했다. 예쁜데 뭐랄까 극 중에서 혼자 영화를 찍고 있다 여겨질만큼 다른 인물들과 달리 혼자 튀는 외모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그 외모를 감춰버리는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너무 배우에 인물을 투영해 본 건 아닌가 걱정은되지만, 이런 얼굴에 행동과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일거야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경가족을 먼저본 탓에 꼬여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다 보고나니 동경가족이 원작을 뛰어넘을 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경가족에서 노부부가 간 곳이 요코하마였기에 이 곳에 나온 온천 지역도 요코하마일 줄 알았는데 나중에 극중에 나온 대사를 보니 아타미였다. 아흑 아타미ㅠㅠ 계속 비가와서 못간 그 곳, 거기였구나.

할아버지의 일본어 말투가 계속 머릿 속을 맴돈다. 사투리인걸까? 아님 그냥 배우의 특성인건가.

이 영화를 완전히 좋아한다고 할 순 없지만, 잠시나마 영화에 기대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었단 것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