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posted on 2016.02.17
★ 3.8
이준익 같은 감독이 남아 우리 곁에서 묵묵히 영화를 보여준다는 것은 우리네 입장에서 참으로 축복이다.
동주는 순제작비 5~6억원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 곳곳에서 그 흔적이 남아있지만 그게 결코 이 영화의 흠이되지 않는다.
되려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가 영화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화려하지 않은 세트장도, 흑백의 영상도, 수많은 시를 읊는 강하늘의 나레이션도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꽤나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 같아 뿌듯하다.
나는 윤동주가 릿쿄대학에 입학했었는 지 몰랐다. 애초에 도시샤대학에 다닌 줄 알았는데 그런 속 사정들이 있었다니.
미장센, 테크닉 등의 화려한 겉면을 포기하더라도 끝까지 감정선을 놓치지않는 감독의 끈기가 보기 좋다.
지난 번 도시샤 대학에 들렀을 때 정지용의 압천은 그냥 넘겼는데, 왠지 다시 한 번 천천히 읊어봐야 할 것 같다.
덧) 초반 크레딧이 너무 일찍 지나가는데다 세로쓰기라 읽는데 애를 썼다. 그 와중에 각본이 신연식이어 너무 놀랐다. 진부하고 지루할까 걱정했는데, 신연식 각본을 이준익이 찍어 정말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