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 3.5
씨네21에서 짤막한 토막 기사를 본 게 처음이었을거다. 짤막한 기사였던걸 보면, 아마도 캐스팅 소식을 전했거나, 크랭크인에 대한 기사였을거다. 아무튼 무지하게 기대를 하게만드는 기사였다.
꽤 오랫동안 이준익 감독에 시큰둥했다. 도무지 왜 왕의 남자며 라디오 스타가 유명한지 납득할 수 없는 시기였다.
아마도 나는 영화라는 큐브의 단편만을 보고 아주 편향된 잣대로 평가했던게 아닌가, 후회된다. 되돌이켜보면 이준익의 영화는 fancy 하진 않아도 그 누구 못지않게 끌고가는 힘이 있어 좋은건데 단지 그 힘이 예쁘지 않단 이유로 시큰둥했던것 같아.
영화는 아주 무겁고 우울한 어둠이 깔려있다. 내가 영화관으로 끌려간 이유는 바로 그 어둠때문이다.
요즘 사극 영화들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어둠 말고, 정말로 무겁게 누르는 낡은 어둠이 보고싶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100% 만족한다 할 순 없지만 평타이상을 친 어둠에 잠겨있다 나온 느낌이다.
영화 내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몇가지 인상 깊은 장면들이 있었다. 정조를 맡은 아역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고, 영빈의 환갑잔치를 마치고 행차하는 유아인의 악에 받친 연기라든가 조용히 슥 다가갔다 멀어지는 박원상의 연기. (+ 처음으로 잘생겼다 생각해보게 된 소지섭?)
몇가지 인상깊지 않은 장면도 있었다. 문근영이라든가, 문근영이라든가, 송강호라든가. 누군가는 송강호의 연기를 극찬했던데, 글쎄 나는 실망에 가깝다. 영조가 사투리를 쓰는 것만 같고, 갑자기 조용한 가족으로 변할 것만 같고. 그 여느 영화에서도 실망했던 적이 없어 더 실망스러웠던걸까.
방준석의 음악은, 처음엔 뭐얏! 너무 튀잖아 싶었지만 나름의 한 축으로 뻗어가며 영화에 녹아드는게 그저 끄덕일만 했다.
사라져버린 뒤에야 쓰다듬는, 도저히 좁힐래야 좁힐 수 없는 간극은 불통과 고집 이기심 삐뚫어진 사랑, 수많은 원인을 생각하게 하며 강남 아줌마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도와 이어진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화성에서 꿈꾸다, 상도, 이서진, 이것 저것 곁가지들.
슬픈 내러티브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