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 3.4
푸하하! 정유미의 세가지 상상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서로 유기적인 듯 보이면서도 굉장히 다른 이야기들을 펼쳐나간다. 이는 마치 같은 조건과 같은 환경에서 변수 x1, x2, x3 를 각각 f(x), g(x), h(x)에 대입 후 그 결과 값들을 나열해 놓은 것과 같다.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몇 장면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을 #1, #2, #3이라고 한다면! 가령 #3 후반에 안나가 버린 소주병은 #1 전반에 발견되는 소주병의 근원이 된다. #2에서 안나는 안전요원을 멋지고 멋진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처음 본 사람을 꿈에서까지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3의 코고는 안전요원을 보면 이 세상 그 무엇도 내 머릿속의 이미지보다 더 좋을 순 없구나 깨닫게 된다.
각 에피소드마다 안나의 의상이 바뀌지만 그중 #1, #2 에선 안나의 가방이 같고 #3에서만 다른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걸까? 궁금하다.
상상의 주체인 정유미는 세 편의 에피소드에 모두 한결같이 등장하며 한결같은 상황에 놓이며 한결괕은 대응을 한다. 한국사람은 모두 안나에게 친절하다고 하면서 은근슬쩍 화자 자신의 관대함을 보이고 있지만 영화 초반 이모부에게 잘 못 선 보증으로 짜증내는 모습을 기억한다면 정유미는 에피소드들에 등장하는 찌질한 인물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 사료된다.
문득 밤과 낮이 떠오른다. 김영호를 제외하고서는 모든 인물이 프랑스인이었다면 이 영화와 완전히 대립되는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었을까 하는ㅎㅎ 한국인을 다른 나라에 데려가 놓고 찍혀질 다른 나라에서2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