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024
31, December (Tue)
아침의 카마타마 우동을 마지막으로 이번 우동 투어를 마쳤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마쓰야마로 이동하려 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려 완행열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버스로 2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5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했다. 틈틈히 책도 읽고, 졸기도 하고, 사람들도 구경하는 시간이 좋았다. 각자의 방법으로 마지막날을 보내는 사람들. 홀로 길을 걸으며 2024년을 반추해보기도 했는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라거나 가장 슬펐던 순간, 가장 놀랐던 순간 등 스스로 던진 질문에 거리낌없이 답을 낼 수 있었다. 2024년은 대체로 마음이 참 아픈 한 해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좋았던 순간도 참 많더라. 인생의 배움에 끝이 없다.
30, December (Mon)
다카마쓰에서 온전히 보내는 우동 투어의 날이었다. 우동집들이 아침 점심 장사만 하고 접는 데가 많은데다 웨이팅도 길고, 교통이 좋지 않아 이래저래 루트를 짜는데 쉽지 않았다. 그때 그때 끌리는대로 이동하는 P의 여행으로. 우동이 무척 정직한 음식이란 생각을 했다.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저렴한 밀가루와 계란 물로 맛있는 우동 면을 뽑아내고, 좋은 재료과 노력으로 끓인 육수, 기교가 없는 튀김. 노력과 진정성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음식. 우연찮은 기회에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길 중 하나에도 오르고, 해가질무렵에는 심볼 타워에 올라 일몰을 구경하기도 했다.
29, December (Sun)
새벽같이 일어나 두 번째 배를 타고 나오시마에 들어갔다. 관광객이 아니라 제철소 직원들과 함께 타는 출근 배였다. 덕분에 미술관을 한 박자씩 빠르게 다닐 수 있어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나오시마는 지천에 널린 하늘과 바람과 햇살을 소중하게 만드는 법을 맛보여주는 마법같은 곳이란 생각을 했다. 돌 위에 누워 나에게 주어진 온전한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이 얼마나 좋던지. 오후의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 잠시 시간이 떠 근처 카페에 앉아 햇살을 즐길 때쯤 한국에서 날아든 속보에 마음이 와장창 무너졌다. 부디 영원한 안식에 드시기를. 마지막 완행 페리를 타고 다카마쓰로 넘어왔다.
28, December (Sat)
괜찮은 컨디션으로 일어났다. 히로시마를 떠나 오노미치를 구경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오노미치가 <동경 이야기>의 촬영지인 것을 알게되어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P의 여행처럼 오노미치를 마음 닿는대로 돌아다녔다. 덕분에 원래 계획에 있던 구라시키를 건너뛰고 바로 우노로 건너왔다. 오늘의 운세 점수는 무척 낮은 날이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아 너무 즐거운 날이었다.
27, December (Fri)
오징어 게임2을 끝내고 집을 정리하고 짐을 쌌다. 잠을 건너뛴 채 인천공항행 새벽버스를 타러 집을 나섰다. 틈틈히 이동시간마다 눈을 붙였더니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미야지마도 다녀왔다. 컨디션의 완급조절이 괜찮은 하루였다.
26, December (Thu)
맛있는 고기반찬으로 밥을 뚝딱 해치웠다. 가보려던 동네 책방에 가봤다. 가려던 카페에도 갔는데 아뿔싸 정기휴일이라니. 다른 카페에서 잠깐 노트북을 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 마시는 와인이 맛있었다. <오징어 게임2>를 달렸다.
25, December (Wed)
휴일이라 생각하니 쉽게 침대에서 일어나졌다. 굴비와 순두부찌개, 그리고 어제 남은 소고기로 이어지는 완벽한 드리블의 식사가 이어졌다. 지난번 대란 때 사둔 나파밸리의 텍스트북도 마셨다. 크리스마스였다.
24, December (Tue)
늦지 않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가보고 싶었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대전에서 같이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하나씩 도장깨기하듯 다녔다. 집에 돌아와 파이퍼 하이직과 성심당 케이크, 그리고 소고기로 마무리. 행복한 이브였다.
23, December (Mon)
이른 아침 일어나 홀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한 날이었다. 가보고 싶었던 스시집에서 점심을 먹고, 가보고 싶었던 카페 두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을 먹고 대전으로 올라왔다. 오랜만에 동네 맥주집에서 시원한 생맥을 벌컥 들이켰다.
22, December (Sun)
집에 머무는 일요일. <채식주의자>를 끝내고 <패밀리맨>을 보다 접었다. 햇살이 따사로웠다. 저녁의 짧은 산책도 좋았다. 날이 무척 추워졌다.
21, December (Sat)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며 <여름밤 열 시 반>을 읽었다. 창밖으로 눈이 휘날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도 있었다. 마음에 단단한 돌을 매달아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자고 되뇌이기도 한 날이었다. 저녁엔 조용필 콘서트에 다녀왔다. 올라간 도파민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내년 펜타포트에 헤드로 조용필이 나온다면 왠지 또 락페에 가게될 것만 같단 생각을 했다. <채식주의자>를 시작했다.
20, December (Fri) 🥊
오랜만에 낮 복싱에 다녀왔다. 셧다운을 앞두고 2024년 마지막 노동의 날이었다. 기차를 타고 2024년을 되돌이켜보니, 여느해와 달리 결코 짧지 않았던 긴 일 년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을 먹고 몸이 찌푸둥해 좀 걸어 바틀샵에 다녀왔다.
19, December (Thu) 🥊 🏃
이른 새벽에 깨서 핸드폰을 하다 다시 잠들었다. 요즘 이렇게 중간에 깨는 시간이 잦아 조금 괴롭다. 피곤했던 것에 비해서는 하루를 잘 보냈다. 고민하던 복싱도 1년 연장을 끝냈다. 어떤 노동요에도 마음을 못붙이다 <마중가는 길>을 틀었다. 2024년의 마지막 스탠드업이 있었다.
18, December (Wed)
인간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아침 회의에 들어갔다가 다시 눈을 좀 붙이기도 했다. 귀여운 꼬맹이 친구들 덕분에 함박웃음이 지어지기도 한 날이었다. 맛있는 케익까지. 고민하던 에어팟을 주문했다. 두 분의 부고를 듣고 짧은 탄식을 뱉기도 했다. 지난 가을 내내 아침을 여는 곡으로 <떠나보내다>를 반복해 들었는데, 그래서 더 못내 허전함이 컸나보다. 영원할 줄 아는 인간의 우매함을 되돌아봤다. 영면하소서.
17, December (Tue)
밥친구로 <디스클레이머>를 시작했다. 선화동에서 저녁을 먹고, 이런 저런 얘기를 듣고, 말하기도 하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실수를 많이 한 날이라 좀 속상했다.
16, December (Mon) 🥊 🏃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가 가까스로 다시 잠을 청했다. 다시 현실로 복귀해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운동도 갔다. 보리차를 우리려 티팟을 꺼내다가 에스프레소잔을 바닥으로 떨궈 와장창 깨트려버렸다. 아끼던 잔인데. 이별에 아쉬웠고, 다가올 새로운 만남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짜요가 사다준 롬비켄에 LP를 넣어 벽에 기대두었다. 사실 나도 요즘 high상태라고 생각했는데, 전화로 듣는 객관적인 시선에 놀라기도 했다. 연말은 어쩔 수 없나봐. 가을겨울 점심메이트였던 <런치의 여왕>을 끝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환한 미소에 마음이 시렸다.
15, December (Sun)
아침에 일어나 예솔이와 짜를 배웅하고 서울행 준비를 했다. 결혼식장행 6명 팟에 끼게되어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막히는 경부고속의 한 켠에서 부의 추월차선을 경험하기도 했다. 내향인으로서 우리 마을의 끝자락 언저리를 걸어다닌 주말이었다. ㅁㅁ가 무척 보고싶어진 주말이기도 했다. 에너지가 고갈되었는지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일찍 잠들었다.
14, December (Sat)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짜와 계족산에 같이 가볼 생각이었는데 늦잠을 잤다. 점심 때 짜예솔지나를 오랜만에 만나 늦게까지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 만나면 다이렉트로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계획하지 않는 시간이 행복했다.
13, December (Fri)
어젯밤 잠에 들려고 할 때 업로드된 빌리 아일리시의 Tiny Desk Concert 덕분에 늦게 잠들었다. 좀 열심히 달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게 아쉽다. 드디어 홈플러스에서 파이퍼 하이직을 픽업했다. 오랜만에 운전을 해서 차가 방전됐을까 걱정이었는데 멀쩡해 다행이었다. 저녁엔 미라클모닝 친구들과 오랜만의 모임이 있었다. 도룡동에서 엑스포를 삥 돌아 집으로 걸어들어왔는데, 초겨울 바람이 시원해 좋았다.
12, December (Thu) 🥊 🏃
가뿐하게 일어났다. 스노어랩을 보니 거의 낑낑거리지도 않은 숙면이었다. 운세가 좋지 않아 조심하는 하루였는데, 베란다에 뒀던 빈 화분을 깨트렸다. 오늘의 액땜. 짜요와 요즘 정국에 대해 작은 토론이 있었다. 온건 중도는 언제나 어렵다는 어떤 유튜버의 말이 떠올랐다. 동네 과일가게에서 세일한 곶감을 잔쯕 사왔다. 저녁을 먹고선 오랜만에 와인을 한 잔 마시며 투두리스트를 지우려 한다.
11, December (Wed) 🥊 🏃
푹 자고 나니 컨디션이 다시 좀 올라온 기분이었다. 목은 여전히 잠겼지만. 해야하는 것들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려고 한 하루였다. 오랜만에 복싱도 가고, 러닝머신도 뛰다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점심에 주문했던 반찬들이 너무 맛있어 메인 요리를 바꿔가며 점심을 해치우고 있다. 역시 한식이 최고. 빌리 아일리쉬가 타이니 데스크에 나올 거라는 예고를 보며 살짝 놀랐다. 오랜만에 느끼는 뻐근한 근육통과 함께 늦지 않게 잠들었다. 머리를 감거나, 복싱이 끝나고 집으로 걸어오는 것같은 짜투리 시간마다 생각했다.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외형적으로도, 그리고 내실을 다지기도 하는 현명한 선택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10, December (Tue)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다. 도쿄에 있는 동안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그게 더 악화된 기분이었다. 조심하며 하루를 보냈다. 빨래지옥을 빠져나와 다시 루틴으로 복귀하는 하루였다. 저녁엔 결국 복싱에 가지 못하고 12시간을 내리 잤다.
9, December (Mon) 🏃
도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침에 마지막으로 짧게 달렸다.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1층 커피칸에서 간단한 아침을. 아사쿠사 근처의 짧은 산책을 하고 찢어졌다. 나폴리탄으로 점심을 먹고 이리저리 배회했지만, 역시 찢어진 후 혼자 남는 여행은 너무 쓸쓸하고 고독하기에 나도 그냥 일찍 공항으로 이동했다. 집에 도착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다. 예전엔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되려 감사하고 행복했는데, 텔레포트처럼 이동하고 싶단 생각을 하는걸 보니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8, December (Sun) 🏃
아침에 일찍 눈을 뜬 김에 스미다 강변을 달리고 간단한 온천욕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커피칸에서 먹는 커피와 펠리칸 베이커리 식빵 모닝세트도 좋았다.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을 하나씩 찬찬히 들렸다. 돈까스 삼합도, 도쿄 타워도.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해서 배가 되는 즐거움에 대해 생각했다. 사실 가만히 앉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7, December (Sat)
오랜만에 끊기지 않고 푹 잤다. 체크아웃을 하고, 웨이팅을 걸어두고 긴자 유니클로에서 쇼핑을 했다. 스시를 먹고 짐을 찾아 주말동안 보낼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급행 공격에 환승 아닌 환승을 여러 번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석양을 즐기다 카구라자카 산책을 하고, 니시 신주쿠에서 라멘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스카이트리의 야경을 보며 벌컥 들이마신 콜라가 꿀맛이었다.
6, December (Fri)
학회 마지막 날. 전날 늦게 잠들어 하루종일 피곤했는데, ㅇㅇ을 만나고 다시 도파민이 올랐다. 아자부다이힐즈에 갔다가 시부야의 어느 야끼도리집에서 저녁을 먹고, 푸글렌에서 칵테일까지 한 잔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5, December (Thu)
전날 일찍 잠든 탓인지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났다. 아침 일찍 츠키지에서 초밥에 사케 한 잔. 학회 일정이 끝난 뒤 아키하바라에서 다함께 시간을 보냈다. 핫셀블라드를 직접 만져보는 기회가 있었는데, 사고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월화수목 동안 일어났던, 그리고 지난 일이년의 시간들을 반추하며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4, December (Wed)
에너지 고갈로 좀 골골댄 하루였다. 일찍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서 골아떨어져 버렸다.
3, December (Tue) 🏃
아침 일찍 히비야를 조깅했다. 아직 가을인 도쿄의 아침 바람 냄새가 좋았다. 학회의 시작 날이었다. 프로그램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좀 허둥지둥하기도 했다. 드디어 명함을 받았다. 뱅킷 후에 팀 사람들이 모두 모여 제국호텔의 바에서 한 잔. 타국에서 듣는 계엄의 소식. 덕분에 칵테일 한 모금이 싯가가 되어버렸다.
2, December (Mon)
조식과 송영을 마지막으로 공주님 놀이가 끝났다. 정말 편안하고 멋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완성한 느낌이다.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돌아왔다.
1, December (Sun)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기차를 타고 야마데라로 넘어갔다. 산으로 숨어버린 중들의 거처에서 그들이 세상을 굽어보던 시대를 조금이나마 느껴봤다. 다시 센다이로 돌아와 남은 일정을 마치고 시로이시로 넘어왔다. 극진한 대접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세 번의 온천욕. 저녁을 소화시키려 마을을 여러바퀴 돈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이수영 4집을 곁들인 산책. 껍질을 깨고 지도에 이정표를 표시하는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