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19

30, August (FRI)

상파울루를 떠난다. 길었던 8월이 끝나고 한국에 도착하면 9월이 되어있겠구나. 120명이 넘는 친구를 새로 사귄 전무후무할 한 달이었다. 50명이 넘어가자 이름을 외우는 것이 좀 벅차기도..ㅎㅎ 앞으로 이년 정도는 끄덕없이 잘 버티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었다. 그래도 12시간의 시차적응은 좀 걱정되지만!

28, August (WED)

코딩도 좀 했고, 세션도 잘 들었다. 한국과 계속 연결되어있던 하루. 이제 진짜 이틀남았다.

27, August (TUE)

자도자도 피곤하다. 음식이 점점 입에 맞아가는지 인도네시아서 빠졌던 살도 좀 붙은 기분. 얼른 로그만 쓰고 자야겠다. 문득 돌아가기 전 꼭 LP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 잠깐 나갔다오지.

26, August (MON)

책임감에 대해 계속 생각했던 월요일. 주말의 여운이 오래가는지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까르푸에 다녀왔고, 맥주를 마시며 보는 타짜에서 세상 행복을 느낀다. 이제 일상으로의 복귀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길었던 호텔 생활도 청산이구나.

25, August (SUN)

시내 구경을 실컷한 자유시간의 일요일.

24, August (SAT)

상파울루서 1시간 반정도 떨어진 민항기 제조사인 Embraer 에 다녀왔다. 처음으로 홀로 시내를 돌아다녀봤지만, 열악한 환경에 엄청 놀라고 좌절했다. 하나도 놀라지 않은 척 하려고 두 손은 자켓 주머니에 꼭 넣고, 눈도 하나도 깜빡이지 않았다. 덕분에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에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새삼 남미가 얼마나 먼 곳인가 다시 생각해보게된 하루.

23, August (FRI)

조금씩 시차 적응을 해나간다. 9시에 잠들어 3시에 일어났다. 어제 저녁으로 먹으려고 시켰지만 알고보니 원재료가 온 그 수프를 전자렌지에 잘 돌려 밤참으로 먹었다. 정신을 차리고 집중해 한 덕분에 오늘 계획대로 해야할 일을 끝냈다. 점심엔 맘에드는 교내 식당을 발견해, 앞으로도 계속 점심은 이 근방에서 먹을 것 같단 생각. 날이 너무 좋아 30분정도 산책을 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하나.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 좀 고민이다. 낮시간에 한국과 연결되는 패턴이, 뭔가 감성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만족스럽다.

22, August (THU)

콧물이 더 심해졌다. 저녁 8시쯤 잠들었다 1시에 일어나 5시까지 시간을 보내고, 다시 2시간정도 잠들었다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나오는 패턴이 되어버렸다. 오늘 프로그램 내용은 꽤 어려워 아무 것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 과연 내일은. 생각보다 DotCHA 작업이 수월했다. Maya 작업까지 당당히 하기엔 좀 부끄러웠지만. 오늘도 여전히 시차적응 실패각이라, 저녁 6시에 쓰는 데이그램이다.

21, August (WED)

이렇게 강렬하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여행이 있었던가. 모든 것이 엉망. 인도네시아서부터 걸린 감기몸살이 아직인데, 방이 너무 추워 옷을 여러겹 껴입어야한다. 프로답게 굴어야지.. 생각하다가도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지 강한 현타가 오기도해 좀 정신없다. 전혀 모르는 데다 관심없는 것에 대해 알아야 하고 얘기해야하는 상황이 버겁다. 얼른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 맥북 키캡을 주문했다. 오늘도 시차적응 실패.

20, August (TUE)

한국보다 반나절을 늦게 살게되었다. 상파울루에 잘 도착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점심을 해결하고, 짐정리를 하고 좀 졸기도 하다 까르푸에 다녀왔다. 생필품을 쟁여놓고선 책상을 정리했다. 저녁을 또 호텔에서 먹긴 싫어, ubereats 주문을 했다. 왠지.. 일과시간엔 학교에 가서 일을 하고, 돌아와 우버이츠를 시키고, 컴퓨터로 할 일을 하는 이 패턴이 앞으로 여기서의 생활 내내 반복되지 않을까 싶은 예감이..

19, August (MON)

인천과 로마를 경유해 상파울루로 간다.

17, August (SAT)

더 어른이 되어 돌아가는 기분. 반둥에서의 마지막 여름을 오래 기억하길 바라며. 으.. 근데 감기 기운때문에 큰일이다.

15, August (THU)

반나절만 투어가 있는 줄 알았는데, 5시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래도 멋진 풍경을 봤고, 많은 친구들과 얘기를 하고, 버스 바깥 풍경도 실컷 구경했다. 며칠전부터 인중이 조금씩 욱신거리며 떨린다. 비타민D 부족으로 눈밑만 떨려봤지, 인중은 처음이라. 할 일이 무척 많이 남았는데 그냥 꿈 속으로 도망가버리고 싶다. 라고 쓰고 잠들어버려 다음날 아침에 올리는 데이그램.

14, August (WED)

타인의 이혼 법정을 관음하는 꿈을 꾸다 늦잠을 잤다. 바틱 제작 수업에 갔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니코와 함께 돌아왔다. 처음엔 장난처럼 아픈 것이었는데, 정말 맛이 가려 한건지 식은땀이 흘러 밥을 먹자마자 벤치에 누워 잠에 들었다. 커피토코드자와에 가서 일을 좀 하다 파리스반자바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앞으로 전개될 빡빡한 일정에 다들 맛이 가려 한다. 까르푸에서 차를 샀고, 드디어 밀로를 얻었다. 내일 아침으로. 오늘은 렌즈대신 하루종일 안경을 썼다.

13, August (TUE)

마지막 수업들이 있었던 하루. 얼른 끝나기만 바랐는데 막상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인터넷이 어려워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던 하루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 마르타박을 먹어야겠단 생각에 애들을 불러모았다. 하루하루가 소중해져 어떻게 매니징해야할 지 아득하다. 내가 되고싶은 좋은 사람과 내가 가고있는 좋은 사람의 방향에 괴리때문에 좀 방황한 하루. 어제부터 계속 이승환의 ‘나는’ 을 들었다.

12, August (MON)

너무 말하고 싶지 않았고, 너무 뭘 하고싶지 않았지만 꾹참고 입을 열고 꾹 참고 노트북을 두들긴 하루였다. 행복하려는 것뿐인데. 수업을 듣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좀 울컥해버렸다. 다시 행복한 순간이 찾아올까.

11, August (SUN)

아침 일찍 일어나 스타벅스로 향했다. 반둥에 온 뒤로 가장 빠른 인터넷을 겪었다. 어제 마저 못하고 잔 일들을 폭풍같이 정리하고, P-day lunch 에 조인했다가, 루마모드 아울렛에가 폭풍 쇼핑을 했다. 3년만에 Astri 를 만나 잠시 옛 생각에 흠뻑 빠지기도. 우리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걸까, 우리의 10년 20년 뒤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수다를 떨었다. 호텔로 돌아가 쇼핑한 것들을 내려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직 Upnormal 이다.

10, August (SAT)

ciletuh 에서 반둥으로 돌아왔다. 여러 좋은 추억이 많았지만, 돌아오는 버스에선 정신이 좀 멍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하나, 어떤 마음가짐으로 행동해야하나 두통이 오기도 했다. 아무래도 7시간의 버스 이동은 몸도 마음도 이래저래 힘들다. 내일은 완전한 휴일이다.

8, August (THU)

해야할 것, 하고싶은 것을 모두 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괜찮았다 싶었던 하루. 좀 정신이 없다. 내일은 1박 2일로 멀리 떠난다. 빡빡한 스케줄과 잘 터지지 않는 인터넷의 콜라보.

7, August (WED)

이어플러그와 안대를 하고잤더니, 집합시간 15분 전에 일어나기까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악몽탓에 깊게 잠들지 못한게 아쉬울따름. 자카르타에 다녀왔다. 하루의 마무리를 맥주로 하지 못한다는게 좀 아쉽다. 한 개의 영화를 끝내고, 한 개의 영화를 시작하고, 두 개의 책을 시작했다 한 개의 책을 포기했다. 일을 좀 하다 잠들어야겠다. 잠드는게 무척 기다려지는 요즘. 운이좋아 두 잔의 커피를 사수했던 하루.

6, August (TUE)

아침에 일어나는게 너무 힘들어 무척 밍기적거렸다. 틈이 날때마다 꺼내듣는 mp3 의 랜덤재생이 쥬얼리의 모를까봐서 멈춰버렸다. 왜 갑자기 꽂혀버린건지. 어쨌거나 오늘은 거진 렘방지역에 있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 단 버블티가 먹고싶다.’ 생각한걸보니 꽤나 적응해버렸구나 싶었다. 긴팔을 입었다 벗었다하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계속되는 이도저도 아닌 기다림은 꽤나 견디기 힘들었다. 내일 자카르타행 버스는 6시 출발이다.

5, August (MON)

아침에 일어나 시켜먹는 커피가 좋았다. 갑자기 생긴 자유시간에 좀 막막했는데 편하게 생각하기로.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다. 뭘해도 로컬로 해야하는게 좀 불편하지만, 어쨌거나 시간이 가고 있다. 한국이 좀 그립다.

4, August (SUN)

새벽같이 일어나 가게된 숲에서 5시간을 걷게될 걸 알았다면 운동화를 신었을텐데. 처음으로 앙콧을 타봤다. 자바섬을 강타한 정전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파리스 반 자바몰에 다녀왔다. 다리가 무척 아픈데, 뜨거운 물로 씻을 수 없다는게 괴롭다. 잠들기 전 mp3로 미리 담아온 음악을들 작은 소리로 듣는게 요즘의 큰 낙 중 하나다. 고젝바이크를 처음 불러탔다. 인생이란 뭘까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 좋지만, 흠. 다시 3D Typography 코딩을 하고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3, August (SAT)

오늘은 반둥을 벗어나 다니는 일정이었다. 버스로 장소들을 오가는 사이엔 바깥 구경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논문 작업을 하거나, 잠깐 눈을 붙였다. 아 나 지금 뭐하는 거지 싶은 순간도 많았는데 그래도 많이 웃기도 한 날이었다. 살구가 무척 보고싶었고, 돌아갈 날이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 것, 그리고 돌아가서도 다른 자이로드롭이 기다리고 있단 생각에 좀 서글퍼졌다.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불편한 마음들이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 지워지질 않는 기분이랄까. 왜 항상 동전은 양면인건지.

2, August (FRI)

오후내 ITB에 있다 반둥의 랜드마크를 구경하고 잠시 호텔에서의 쉬는 시간이 있었다. 모두 숙소에서 인터넷을 쓰는지 인터넷이 너무 느려 뭘 제대로 할 수 없었지만, 정말 아슬아슬하게 해야할 코딩을 끝냈다. 이제 내일부터 이틀동안 어떻게 글을 써야하나 머리가 좀 아팠지만 까짓거 뭐! 인도네시아어로 0부터 10까지 셀 수 있게 되었고 간단한 말들을 배웠다.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외우게 되었는데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아 큰일이다.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좀 똑바로 차리고 있던 하루.

1, August (THU)

반둥에 왔다. 외울 이름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8월 한 달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