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 Botchan

Botchan / Natsume SŌSEKI / KOBIC / ISBN-13

<도련님>의 배경이었던 마쓰야마를 여행하며 읽기 시작해 대전에 돌아와 마저 읽었다.

책을 따로 챙겨가지 않았던터라 여행 내내 e-book으로 읽었는데, 집에 돌아와 책장을 바라보니 <도련님>이 양장본으로 꽂혀있었다. 나는 여태까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마음>은 도서관에서 빌려봤던 것이었다니.

가진 것이라고는 정말 온전한 신체뿐인 청년의 마쓰야마 고군분투기랄까. 너무 쉽게 읽힌다. 1906년에 씌여진 글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요즘 어떤 유명 작가의 신간 소설 같았다. 담백하기도 하고 허풍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박완서와는 다른 결의 쉬움. 화자가 밉지만은 않고 되려 이후의 생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 나쓰메 소세키의 장점이란 생각을 했다.

마쓰야마 곳곳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다. 도고 온천이 내려다 보이는 족욕탕에서 발을 담그고 읽기도 했고, 봇짱 열차가 보이는 스타벅스에서, 2025년의 첫 일출을 기다리며 마쓰야마성에서도 읽었다. 봇짱 열차 대신 트램을 타고 이동하며, 그리고 그의 하숙집이 있던 오카이도에서 그가 일했던 마쓰야마 중학교(지금은 현립 마쓰야마 히가시 고등학교가 된)로 걸어가며 도련님의 정취를 느끼기도 했다.

아직도 성장 중인 어느 한 시절의 치기어린 내가 쓴 일기를 들쳐보는 느낌. 챙피하기도 하지만, 그런 다채로운 색으로 채웠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