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 Vegeterian
posted on 2024.12.21
Vegeterian / Kang HAN / DLKL / KOBIC / ISBN-13 / ISBN-10
책을 다 읽고 전날 조용필 콘서트에서 듣고온 <난 아니야>의 가사를 생각했다.
여름 한낮에 꼬마 아가씨
꽃 그늘에 숨어서 울고 있을 때
노란 나비 하나가 맴돌아 날며
댕기 끝에 자꾸만 앉으려 하네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누구는 스스로가 꽃이 아니라 하고, 누군가는 스스로가 나무라 하는 그런 세상의 다양함에 대해 생각했달까…
책에서 폭력이나 억압에 대한 것을 읽었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너무 폭력에 무감한 사람이어서인지 몰라도, 나는 그런 것들보다는 질문들에 더 마음이 쏠렸다. 영혜나 형부, 인혜가 인지하지도 못한채 스스로를 계속 갑갑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찾은 솔루션은 단 하나의 유일한 정답이었나. 책에 모든 것이 씌여있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인생을 대입하며 이유를 유추해 나갈 뿐이라 독서가 즐겁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란 생각이다. 본인의 깊은 바닥의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소리에서 비롯된 피상적인 것들만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 깊은 성찰은 가끔은 따분하고 지루하고. 게다가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은 때때로 고통스럽기도 해서 그냥 구렁이처럼 그런 순간들을 모면하곤 한다. 도파민에서 벗어나 나의 민낯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는 그런 시간이 내 스스로를 위해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어쩌면 아침이나 잠들기 전의 명상이 그런 시간이 될 수 있을까?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그리고 이 <채식주의자>까지 세 편의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세 작품 중에선 이 <채식주의자>를 가장 재밌게 읽었다. 다른 작품들이 더욱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