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서
밑바닥에서 / 김수련
평창에서 읽기 시작해서 가평에서 마무리지었다. 이따금씩 대전에 있을 땐 파셀베이커리의 오픈런을 하며 따뜻한 햇살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아 읽기도 했다. 책의 내용은 따뜻하기만한 것은 아니었는데, 내 상황이 따뜻해 먼 거리에 서있는 타자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해 좀 미안하기도 했다.
어떤 필드에 있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단 하나의 좋은 솔루션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솔루션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 사회는 생각보다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어 하나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다고해서 다른 것들도 우수수 정상궤도로 돌아올 가능성보다, 누군가가 정상궤도에 놓여졌기 때문에 그 빈틈으로 인한 이득의 구멍을 낼름 채워버리는 다른 이해관계에 놓인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누가 양보를 하느냐 그리고 누구를 우선적으로 행복하게 하느냐의 문제는 참 난감하다.
어쨌거나 작가는 의료계, 특히나 간호사로서 오랜 시간을 근무해 그 생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읽었다. 결과적으로는 병원이나 혹은 더 거대한 집단에게 책임과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결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게 정말 작가가 내린 결론이라면 전반에 빌드업한 간호사 사회 내부에서의 작은 힐난들이 좀 아쉽게 느껴졌다. 미생에 등장했던 성동격서 에피소드같은 느낌이었달까. 사실 이 마저도 개인의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말하고 싶은 내용은 독자를 간보지 않고 곧고 굵게 던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근원적인 해결법으로 모두가 정희원 선생님의 저속노화를 구독하고 병원에 대한 의존 없이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뿐. 그게 간호사일지라도. 그렇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흐린눈을 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