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 백

룩 백 / 후지모토 타츠키

지난 번 너무 재밌게 본 영화 <룩 백>의 원작을 읽었다. 사실 추석 연휴동안 읽으려 서점에 갔을 때 사봤는데, 지금까지 묵혀두다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비닐을 뜯었다.

영화를 먼저 본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다. 원작을 먼저 읽었다면 스토리적인 놀라움을 더 크게 느꼈을텐데, 영화를 먼저 봤기에 놓치는 행간 없이 빽빽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원작자 후지모토 타츠키와 영화의 감독 키요타카 오시야마가 서로를 존중하며 믿고 배려해 단순한 복제품이 아닌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이지만, 한 편의 짧은 단편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기분이 드는 것이 좋다. 오늘 아침엔 문득 이 작품이 영화 <친니친니>를 닮아있단 생각을 했다. 감정이 모퉁이에 다다랐을 때, 눈을 감고 그리운 이와 상상의 유영을 하다 결국 눈을 뜨게 되었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버텨나가게 하는 서사가 닮았다. 결국은 고요하고 묵묵히 우리 앞에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그 마음가짐을 굳건히 하게 하기 위한 짤막한 준비의 시간이 좋다. 이따금씩 마음이 먹먹하고 쓰라리지만, 결국은 걸어가야 하는 것을 아니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쿄모토를 처음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후지노의 발걸음을 생각한다. 설레면서도 경계하고 싶은, 지금 이 시간의 우리를 닮아있는 그 발걸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