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냥꾼의 사회

불안한 사냥꾼의 사회 / 석승혜, 김남옥

유튜브에 뇌가 절여지며 좋았던 것은 정제되지 않은 수많은 콘텐츠의 병렬화였다. 지상파 방송을 통해 언론인들의 입맛대로 선택권이 좁았던 시절을 벗어나 좀 더 날 것이지만 내 입맛대로 끝도 없이 많은 콘텐츠를 나의 속도와 시간에 맞춰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한 클립마다 하나의 댓글판이 열리며 곱절으로 늘어난 시청자게시판을 곁에 두는 숙명도 함께 주어졌는데 때때로는 사람의 온정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비논리적이고 맹목적인 의견들과 혐오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질 때도 많았다. 나 역시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간다 생각되니 굉장히 피로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두 교수님의 논문을 발췌해 엮은 ‘혐오주의’에 대한 학계의 의견이 궁금해져 읽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행태는 너무 투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보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다수의 의견을 따르거나 주어진 정보 안에서만 판단을 내리는 것이 덜 귀찮은 길이니까. 내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보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것이 덜 귀찮은 길이니까. 좀 더 편하려고. 좀 더 쉽게 살려고.

지긋지긋하게 질려버리는 것도 인간. 그런데 세상의 많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것도 인간. 그래서 우리는 어쨌거나 방관하지 말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뛰어들어야만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이 없다면, 배려와 양보 이해가 필연되어야 하는데, 각박한 세상에서 누가 먼저 팔을 벌릴 것인가.

빈부, 이념, 젠더, 세대, 취향 등을 둘러싸고 차별과 배제를 넘어 무시와 혐오가 난무하는 존중 품귀 현상은 분배와 인정 욕구의 역설들이며, 사회적 신뢰를 고갈시켜 다양한 집단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고위험 사회의 징후다.

차별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벌어진다.

이제 변혁의 주체인 청년은 없다. 대부분의 청년은 보통의 삶을 소망하며 자기만의 작은 공간에 머무른다. 그리고 부정의한 현실에 저항하는 대신 인접 집단에 대한 혐오를 강화해 간다. 현재 세대 갈등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대적 경계와 계급적 경계가 혼재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 개인이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은 기껏해야 여덟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직접 문제에 맞서 해결하는 방법 외에는 모두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연결되어 있다. 문제 해결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합리적 행동이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신의 행위로 문제가 해결되면 사람은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낀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불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성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긍정 강화’라는 방법, 지금의 불안이 없었을 상황을 상상하며 극복하려는 ‘소망 사고’의 방법, 음주, 폭식, 도박이나 복권, 일에의 몰두, 폭력과 같은 방식을 택하는 ‘긴장 완화’의 방법 등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