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거리의 죽음
적당한 거리의 죽음 / 기세호
지난 일본 여행에서 짜요와 일본의 묘지에 대해 얘기하다가 추천을 받은 책이었다. 덕분에 북저널리즘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알게되어 종종 읽어볼 것 같다는 생각이다. 충대 도서관에 북저널리즘 책 몇 권이 실물로 있길래 빌려와 단숨에 읽었다.
아무래도 인문학자나 사회학자가 아닌 건축학자이다보니 파리와 서울의 예를 비교하며 건축학적인 시각으로 죽음에 접근한다. 내가 읽기를 바랬던 글은 좀더 전자가 주가되어 분석하되 공학적인 논리로 다가서길 바랬던 것 같아 아쉬웠다. 후자는 너무 자명하다. 그래서 왜? 라는 느낌으로 글이 마무리된 느낌이 없지 않았다.
묘지를 공원처럼 사용하는 파리와, 점점 더 눈에서 묘지를 지워버리는 서울뿐만이 아니라 경건한 공간이지만 내 집 가까이 두는 도쿄까지 비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농사일을 짓는 논과 밭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일가의 어느 누구의 무덤에 익숙하던 사람들이 어느순간부터 먼 산으로, 정제된 납골당으로 시선을 옮겨간게 비단 정치나 경제의 이치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90년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도 알게 모르게 죽음에 대한 시선이 시나브로 바뀌어 온 것일까. 사실 바뀌었다 하더라도 그 변화가 너무 오래되어 어느 지점이 바뀌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겠다. 빨리빨리와 효율의 민족이라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던걸까.
먼훗날 누군가 나에게 나의 30대는 어떤 시절이었냐 묻는다면, 비로소 죽음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함께하기 시작한 해였다고 말하고 싶다. 책의 한 구절처럼 삶을 완성시키는 죽음이 아니라, 영생할 수 없는 인간과 기억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조차 죽음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을 가슴 시리게 느낀 시절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