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난중일기 / 이순신 저 / 장윤철 역 / KOBIC

<노량: 죽음의 바다> 때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거진 6개월에 걸쳐 읽었나보다.

임진년(1592년)부터 무술년(1598년)에 걸친 이순신 장군의 데이그램이랄까.. 어느 날은 비기도 하고 어떤 날은 너무 세세해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도 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많다. 그날의 날씨와 꿈자리, 활을 몇 순을 쏘고, 점괘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가족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이따금씩 곤장을 치고, 대부분은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는 이야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인간과 세상의 운명은 하나로 이미 정해졌던 것인지 궁금했다. 같은 날짜 다른 년도에 일어났던 한국사의 희극과 비극을 상상하기도 했다. 이순신의 작고 사소했던 행동들이 후대에 어떤 나비효과로 영향을 미친 것일까 상상했다.

거제의 지리를 상상하거나 해전의 타임라인을 놓고 일기와 비교해가는 재미도 있었다. 두모나 옥포같은 익숙한 지명이 나올때 반갑기도 했다. 그 깜깜했던 바다에서 고독하며 장엄하게 보냈을 이순신 장군의 시간을 상상하기도 했다.

낭만 그 자체인 F모먼트도 종종 등장했다.

계사년(1593) 7월 초9일
이날 밤, 바다에 달은 밝고, 한 점 티끌도 일지 않고, 물과 하늘이 한 빛이요, 서늘한 바람이 언뜻 불어오는데, 홀로 뱃전에 앉았노라니 온갖 근심이 가슴을 치는 것이었다.

계사년(1593) 7월 11일
달빛을 타고 우영공의 배에 갔더나 원 수사와 직장 원연 등이 이미 먼저 와 있었다.

을미년(1595) 9월 14일
선 수사와 작별하면서 준 시에서, 북쪽에 갔을 때도 고락을 같이하고, 남쪽에 왔을 때는 생사를 함께하더니, 오늘 밤 달빛 아래 한 잔 술 나누면 내일은 이별을 아쉬워하겠네 했다.

병신년(1596) 2월 15일
이날 밤 바다에 비친 달빛이 낮과 같이 밝고, 물빛이 비단결같이 아름다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사라져 네트워크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미 그런 연구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