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계절
잊혀진 계절 / 김도형
책을 다 읽어갈 때쯤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이 책이 2022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었다. 10년 전쯤 이미 출판되었다가 뒤늦게 <나는 신이다>의 조명을 받게되었다 생각했는데.
나의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담보로 무엇을 끝까지 추적하기란 정말 대단한 일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검경과 언론이 놓고 있다해도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 그 누구에 대한 신의 손가락이 나를 향하고 있을 때 그 지시를 모른척 하는 것은 어쩌면 나쁜 일으 행하며 사는 것보다도 더 그릇된 일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그렇게 인생이 발산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겠지, 언젠가는 그런 순간이 내 인생에도 찾아올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시간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사실위주로 기술하고자 “나는”이라는 1인칭 주어대신 “김도형은”이라는 3자적 시점에서 기술했다.” 라는 설명을 뒤늦게 보게 되었다. 되려 1인칭 주어를 썼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3인칭을 썼다 해서 감정이 절제되지 않아 보였고, 되려 어라 뭐지 싶은 부분들이 튀어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도형 교수님이 좀 더 진중한 문체의 사람이었다면 더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마음을 울리겠지만.. 어쩌면 이런 불같은 성격과 화법이 이런 고집스런 추적을 가능하게 했으리라는 생각에 세상 모든 것의 트레이드 오프를 떠올렸다.
거리를 오갈 때 교회 간판에 달린 이름을 곱씹는 버릇이 생겼다. 인간의 나약함을 이용하는 세상의 마케팅에 놀라기도 한다. 책을 다 읽고난 지금은 화가 치솟고 응징에 대한 열의가 폭발하기 보다, 세상이 무섭다. 골리앗의 싸움처럼 이미 기득권에 퍼져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두들기고, 두드려 맞고, 그런 싸움에 휘말리는 것이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존재로 태어났다는 것은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