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철학
영화관에 간 철학 / 김성환
키노라이츠에서 선물로 받은 뒤 끝까지 읽기까지 반년은 더 걸린 것 같다. 책은 유잼과 무잼을 오가는데 다 읽고난 소감은.. <매트릭스> 시리즈와 <다크 나이트>를 다루는 철학적 분석은 흥미로웠지만 그 이외에 사랑이나 관계를 다루는 영화들에 대한 분석은 그저 그랬다. 그저 그랬다기보다 공감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말 같다.
매트릭스 시리즈야 대입 입시를 위한 논술 시간에 단골로 나오는 소재였다. 논술을 가르쳐 주시는 유 선생님은 학교 선생님들 중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셨지만, 이 논술 수업만큼은 정말 별로였다.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을 가져온 분석을 주입하듯 실컷 설명해두고 우리에게 주체적인 분석을 하길 바랬다. 주체적인 의견을 내기 위해 시뮬라르크와 시뮬라시옹을 배제한 (별로 크게 동의하지도 않는) 나만의 의견을 내세우고 싶지 않았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영화를 파면 팔 수록 철학적 베이스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컴퓨터를 하면 할 수록 느꼈던 수학에 대한 갈증과 비슷한 논리.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사이버 문화가 제공하는 환각 체험은 스스로 그 체험의 의미를 묻고 대답하는 해석, 자의식의 해석을 거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p.28,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다: <매트릭스>
괴델의 불안정성 정리는 수학 체계를 대상으로 삼지만 인간 사회를 포함한 모든 시스템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인간 사회 시스템, 예를 들어 내 가족도 아무 결함 없이 완벽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결함이 있어야 티격태격, “이 웬수야.” 하며 굴러간다. 결점 하나 없이 질서 정연하며 완벽한 시스템보다 통제 가능한 결점이나 무질서를 가진 시스템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성이 더 크다.
p.35, 기계가 인류와 세계를 지배하는 미래: <매트릭스 2: 리로리드>, <매트릭스 3:레볼루션>
롤스는 경제 불평등의 심화를 해소하고자 국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과 재산권만 보호하는 최소 국가여선 안 된다. 누진세, 무거운 상속세, 공공 교육, 공공 보건의료, 실업 수당 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을 제공하고 공정한 기회 균등을 뒷받침하는 복지 정책이다. 롤스의 분배 원칙은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채택하는 복지 정책의 철학 기초다.
p.259, “오늘 밤 너희는 사회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 <다크 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