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가까이
아가씨 가까이 / 박찬욱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를 구상하며, 쓰며, 촬영하며, 후반 작업을 하며 본인의 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엮은 사진첩이다.
시간 순으로 되어있지 않아 어떤 순서로 구성된 건지 궁금하지만, 좋은 사진들이 있어 보는데 지루함이나 어지러움은 없었다.
아가씨를 구상하며 많은 소도시를 돌아다니고, 많은 산사와 산을 산책했구나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도 가보고 싶은 곳을 지도에 잔뜩 마킹해놨다.
좋은 사진도 많았다. 저작권에 문제가 될 것 같아 공유하지 못하지만,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좋은 사진들이었다. 역시 카메라도, 피사체도 문제가 아니라 찍는 이의 마음의 문제구나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사진을 모두 본 뒤에 맨 뒷편에 에필로그처럼 나오는 각 사진에 대한 짤막한 각주도 좋았다. 각주와 사진을 다시 매핑해 보는 것이 좀 귀찮았지만, 사진을 사진 자체로 온전히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보거나, 사설을 읽을 때마다 박찬욱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겉멋이라 생각헸는데, 비슷한 세대의 다른 감독보다도 진솔하고 세련된 느낌이 마구 전달된다. 실제로 어떤 이일지는 알 지 못하지만, 그냥 내가 가진 환상 속에서만큼은.
그러니까 여기 실은 사진은, 아무리 상관없어 보이는 장면이라도 철저하게 <아가씨> 작업을 하면서 현장 내지는 그 가까이서 찍은 것들이다. 각본을 쓰거나 촬영을 하는 틈틈이 찍은 이미지에 <아가씨>가 안 들었을 리가 있나,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었는데. 사진 속 바위에서도 풀에서도 강아지에서도 내 눈에는 <아가씨>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