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물원
겨울 동물원 / 다니구치 지로
다니구치 지로의 대담집 ‘그림 그리는 사람’ 을 재밌게 읽기 위해, 그의 작품들을 차례로 읽고 있다. 오늘은 2008년작 겨울 동물원을 읽었다.
총 7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으며, 60년대 후반의 만화 어시스턴트 하마구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교토의 작은 상사에서 일하던 주인공이 도쿄로 오게된 과정, 도쿄에서 보내는 시간들, 첫사랑과 일 그런 일련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자전적인 이야기겠거니, 아니라 부정해도 분명 일부가 섞였겠구나, 그렇게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스토리와 묘사였다.
영화와 다르게 만화를 볼 땐 작화에 큰 관심이 생기지 않고, 말풍선을 읽고 넘기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나 스스로도 받게된다. 한 컷 한 컷 구상하고, 그려내고, 레이어를 쌓아 채워낸 시간들이 무색할만큼 너무 쉽게 넘겨버린다. 나의 영화를 보는 날카로운 습관과는 다르게, 어떤 이들은 영화를 그렇게 쉽게 넘겨 보겠거니, 그렇게 좀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하는 그런 거울이나 채찍같은 역할을 한다, 만화는.
유사가족이라 할만한 따뜻한 주변 인물은 사실상 등장하지 않는다 봐도 무방하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너무 바쁘고 치열해, 다른 이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지도 다른 이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지속해 볼 수 있게 만든 힘은 그런 치열함에서 느껴지는 묘한 유기적인 공동체의 느낌이 좋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읽기 쉬워 끝까지 본 것 같기도 하고. 분량이 많지 않으니까.
나는 어디쯤 와있는 걸까. 아직 껍질 속에서 좀 더 몸집을 키워야할까, 껍질을 깨야 하나. 어느 방향이더라도, 껍질을 깨기위해 치열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