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인도네시아로 넘어오기 전 현지언니와 전산동 복도에서 만났을 때, 이 작가에 대해 얘기했던 게 생각났다. 장거리 비행에서 읽을만한 책을 다운로드 받을 참이었고, 학교 전자도서관에서 이 책이 서비스 중인 것을 알았을 때 대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초반엔 귀에 익숙치 않은 인물들의 이름이나 그들에 대한 뿌연 TMI 설명때문에 책을 읽다 한참 멈춰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 도착해 픽업버스를 기다리면서 이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까닭은 뭔가 알 수 없는 매력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했지만 브라질에서 끝낸 참 험난한 과정이었다ㅎㅎ 때마침 브라질서 읽을 때는 브라질 청년이 등장하는 단편을 읽었기에 그 기분이 더 묘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러 단편이 모여있다. 처음엔 옴니버스인걸까 의심도 했지만 확실히 완전한 파편들이다. 그럼에도 모든 스토리들이 무척 닮아있다. 무척 정도가 아니라, 동일한 주인공들에게 다른 외형의 탈을 씌우며 이야기를 돌린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그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 선택에 앞서 생각하는 방식이 닮아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담백하려 애쓰지만 하나도 담백하지 않았다. 되려 너무 과하다 생각될 때도 적지 않았다. 담백하다는건 뭘까, 어떻게해야 글이 담백해질까 나역시 계속 답을 찾으려 애썼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빙글빙글 돌아가는 정삼각형을 생각했다. 렌더링에 있어 triangle 은 가장 완벽한 형태의 polygon 이라 생각했는데, 인간관계에 있어 삼각형은 꽤나 복잡하고 어려운, 완벽하게 불완전한 형태이구나라는 이유에서. 작가가 언급했듯 삼각형의 vertex 중 어느 누구도 소외감을 아니 느낄 수 없는 그런 관계.
왠지 한국에 돌아간 어느 휴일에, 그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