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모래
posted on 2018.03.09
한 줌의 모래 / 이시카와 다쿠보쿠
사카이 이즈미가 좋아했다는 글을 보고선 주문해버렸다. 보통은 도서관에 신청해 먼저 읽어보고, 괜찮다면 소장을 위해 주문했을텐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그냥 바로 주문해버렸다. 표지때문일지, 제목때문일지, 그냥 감때문인지.
얇고 작은 단가집인데 단숨에 읽지 못하고 일주일이 넘게 걸린 것 같다.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닮고싶은 말투와 구성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사카이 이즈미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괜히 피식하기도 했다.
원고를 넘긴 뒤 장남의 사망. 그리고 몇 편의 단가를 덧붙여 간행. 그 절망의 덤덤함이 시간을 뛰넘어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좋았던 구절을 몇 덧붙인다.
p.42
아주 커다란 그 사람의 덩치가
너무 미웠다
그 앞으로 가서는 말을 해야 했을 때
p.56
어찌되었든 집을 나서게 되면
빛나는 햇빛 따사로움이 있어
숨 깊게 들이쉰다
p.76
누가 보든지
나를 그리워지게 만들 수 있는
기나긴 편지글을 쓰고 싶은 저녁녘
p.150
모든 것이 다 내심 허무하게도
저물었다네
열심히 그러모은 슬픔 가득한 날은
p.209
이름만 알고 인연이나 연고도 없는 지역의
여관이 마음 편해
마치 우리 집처럼
p.239
속 깊은 마음
터놓고 얘기하는 벗 있었으면
그대에 대한 일도 이야기 꺼낼 텐데
p.240
죽기 전에는 한 번 더 만나자고
말을 건네니
그대도 희미하게 고개 끄덕이는가
p.248
새로운 책을 사 와서 읽고 있는 한밤중의
그 즐거움조차도
오래 잊고 지냈네
p.249
손에 쌓았던 눈 녹아내린 것이
기분 상쾌해
자는 것도 지겨운 나의 마음에 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