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이 책은 꽤나 오랜동안 읽고 싶던 책 리스트에 담겨있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언제부터, 왜 담았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다만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yes24 중고서점을 돌 때 항상 이 책의 유무부터 확인했던 것 그 기억만이 남아있다.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있는 걸 보고 대출한게 딱 여름방학이 시작할 무렵이었다. (물론 방학은 없지만)

방학 내내 책 꽂이에만 꽂아 두고서는 괜한 독서감(?) 에 뿌듯해 했었는데, 막상 방학이 끝나가니 다급하게 읽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읽기 시작한 책 치고는 무척 재밌고 길게 읽었다. 퇴근 후 씻지도 않고 안락의자에 앉아 몇 챕터씩 읽는게 요 며칠간 삶의 낙이었다.

읽는 내내 초록의 숲길을 걷는 느낌을 받았는데, 거의 막바지에 들어선 단순히 초록 숲길이 아니었구나, 반사된 햇빛도 있고, 호수도 있는 무지개빛 숲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와 허구가 뒤섞여 있어 구글을 뒤적이며 보는 재미도 있었다. 아오야마 묘지가 반복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국립현대도서관은 국립신미술관을 말하는걸까? 궁금해하면서도.

읽고나서도 마음의 큰 동요는 없는데, 다만 주관 없이 뒤죽박죽 흔들리다 스스로를 잃는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겠구나 요즘 내가 그러고 있는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들이 오갔다.

재밌었던 몇 구절을 덧붙인다.

p.146

신경이 구석구석 미친다는 것과 신경질적인 것이 어떻게 다른가, 선생님이 덧붙인 선에 그 대답이 보이는 것 같았다.

p.147

우치다씨가 입고 있는 빨간 티셔츠 가슴께에 ‘LESS IS MORE’ 라는 하얀 글자가 조그맣게 쓰여 있었다. 등에도 같은 위치에 ‘LESS IS BORE’라고 적혀 있었다. 앞쪽은 미스반데어로에가 남긴 말, 등 쪽은 미스의 ‘LESS IS MORE’를 비꼰 로버트 벤투리의 말이다. ‘군더더기 없는 풍요로움’과 ‘군더더기 없는 지루함’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을 것 같은 우치다 씨가 진기한 얼굴로 빨간 티셔츠 안의 가슴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여서 숨쉬기의 본을 보여주었다.

p.170

아스플룬드는 장남의 죽음을 전후해서 설계에 들어간 ‘숲의 예배당’의 문 스케치에 ‘오늘은 당신, 내일은 나’ 라는 명판을 그려넣었다.

p.424 옮긴이의 말

담백해 보이는 이 작품은 놀랄 만큼 풍요로운 색채와 향기, 아름다움에 차 있다.